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꽤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것 자체가 답이라고 믿었습니다. DJ 일을 하던 시절, 음악을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일 새로운 장르를 찾고, 믹싱 기술을 갈고닦고, 트랙 리스트를 쌓아갔습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이상하게도 상황이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습니다. 노력이 부족했던 게 아니었습니다. 방향이 문제였습니다.

방향 점검: 열심히보다 먼저 해야 할 것
행동 편향(Action Bias)이라는 심리학 개념이 있습니다. 뭔가 불안하거나 결과가 안 나올 때 무조건 더 움직이려는 경향을 말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더 불안하니까 일단 무언가를 하고 보는 겁니다. 문제는 그 행동이 정작 원하는 결과와 연결되어 있지 않을 때입니다.
제가 DJ를 하면서 겪은 것이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음악적 실력을 올리는 데 시간을 쏟는 동안, 정작 저를 어떻게 알릴 것인지, 어떤 공간에서 플레이할 것인지 같은 마케팅 감각(Marketing Sense) — 즉,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닿을 수 있는 능력 — 은 거의 키우지 않았습니다. 잘하는 것과 수요가 있는 것이 늘 같은 방향을 가리키지는 않는다는 걸 당시엔 몰랐습니다.
에어컨 청소 사업을 시작했을 때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작업 품질만 높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로컬 SEO(Local SEO) — 지역 기반 검색 최적화, 즉 내가 있는 지역에서 고객이 검색했을 때 상위에 노출되도록 하는 작업 — 가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블로그를 쓰고, 예약 과정을 편리하게 만들고, 지역 키워드를 관리하는 것이 결국 일감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방향을 점검한다는 건 포기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원하는 결과와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입니다. 구글의 웹 성능 가이드에서도 "측정 없이는 개선 없다(You can't improve what you don't measure)"는 원칙을 강조하는데, 이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바쁘게 사는 것과 제대로 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환경 설계: 의지보다 더 강한 것
행동경제학에서는 넛지(Nudge)라는 개념을 씁니다. 강제하지 않아도 환경 자체가 특정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쉽게 말하면, 의지력에 기대는 것보다 환경을 바꾸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뜻입니다.
저는 DJ 시절,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당시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함께 일하거나 공부하게 됐을 때, 기준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누군가는 새벽에도 콘텐츠를 만들고, 또 누군가는 매달 자신의 수익 구조를 분석했습니다. 처음엔 '저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환경에 계속 있다 보면 그게 그냥 평범한 기준이 됩니다.
MIT 사회과학자 니컬러스 크리스타키스(Nicholas Christakis)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행동과 감정은 직접 연결된 사람뿐 아니라 그 사람의 지인, 즉 3단계 거리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받습니다. Connected: The Surprising Power of Our Social Networks라는 책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내용인데, 내가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있는지가 내 행동 기준에 생각보다 훨씬 큰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환경 설계를 할 때 제가 직접 써봤을 때 효과적이었던 방법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나보다 한 단계 앞서 있는 사람이 있는 커뮤니티나 모임에 의도적으로 참여한다.
- 소비하는 콘텐츠의 질을 바꾼다. 자극적인 것보다 실제 사례와 숫자가 있는 콘텐츠 위주로.
-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혼자 하는 공부보다 공개된 결과물이 훨씬 빠른 성장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들어가면 처음엔 불편합니다. 저도 처음엔 주눅 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기준이 올라가고 있다는 신호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끈기 전략: 버티는 것과 반복하는 것은 다르다
끈기(Persistence)와 고집(Stubbornness)은 외형이 비슷해 보이지만 내부 구조가 전혀 다릅니다. 고집은 같은 방식을 결과와 무관하게 반복하는 것이고, 끈기는 매번 배우면서 조금씩 바꾸며 다시 시도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이건 제가 예전에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DJ 일을 그만두게 된 건 포기가 아니라 방향을 바꾼 것이라고 지금은 생각합니다. 계속 같은 방식으로만 하면서 언젠가 될 거라고 버틴 게 아니라, 뭔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받아들인 겁니다. 반면 에어컨 청소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초반에 예약이 안 들어올 때는, 완전히 그만두는 대신 블로그 글의 키워드를 바꾸고, 사진 구성을 다르게 하고, 응대 방식을 수정했습니다. 한두 가지를 바꾼 것만으로도 반응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전환율(Conversion Rate)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쇼핑몰이나 서비스에서 방문자 중 실제로 구매나 예약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말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 수치가 낮을 때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시키는 것보다 왜 안 되는지 이유를 먼저 보는 게 효율적이었습니다. 그게 끈기 있는 전략의 핵심입니다. 더 세게 밀기 전에 방향이 맞는지 보는 것.
물론 버텨야 하는 구간도 분명 있습니다. 결과가 안 나오는 중간 구간, 아무도 관심 없는 시기, 이게 맞나 싶은 순간들 — 이 구간에서 그냥 포기하면 애초에 결과를 볼 기회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때 중요한 건 버티면서 동시에 관찰하는 겁니다. 지금 내가 하는 행동 중 어떤 것이 반응을 만들고, 어떤 것이 아무 효과가 없는지. 제 경험상 이 관찰 습관이 결국 방향을 잡는 데 가장 실질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정리하면, 열심히 사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문제는 방향 확인 없이 계속 속도만 올리는 겁니다. 지금 잘 안 풀린다면, 노력의 양을 늘리기 전에 내가 하는 행동이 원하는 결과와 실제로 연결되어 있는지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준이 높은 환경에 한 번이라도 발을 걸쳐보시길 바랍니다.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지만, 환경은 의지 없이도 사람을 바꿉니다. 완전히 새로 시작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하는 것에서 한두 가지를 바꿔보는 것, 그게 생각보다 많은 걸 바꿀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