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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일을 하면서 동시에 요리도 배워보고 싶고, 공간 기획에도 손대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뭔가 하나에 집중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스스로도 알면서도, 그게 부지런함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쁘게 살고 있는 건 맞는데,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탐욕과 낭비, 그리고 절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탐욕과 낭비 그리고 절제 삶의 균형을 찾는 법
불안과 방향 상실에서 벗어나 삶의 균형과 적절한 속도를 찾는 절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했습니다.

탐욕은 욕심이 아니라 불안이다

탐욕(貪慾)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돈을 끝없이 긁어모으는 사람을 먼저 떠올립니다. 탐욕이란 무언가를 과도하게 원하거나 확보하려는 심리 상태를 말하는데, 흥미로운 점은 심리학에서 이를 단순한 욕심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의 다른 얼굴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쉬는 날이 생기면 오히려 불안했습니다. 지금 쉬어도 되는 건지, 남들은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몸은 집에 있는데 머릿속은 계속 다른 곳에 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게 욕심이라기보다 불안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자신의 행동과 내면 상태가 충돌할 때 생기는 심리적 불편함인데, 쉬면서도 쉬지 못하는 그 상태가 딱 그것이었습니다.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표한 직장 스트레스 연구에서도 과도한 일 중심 사고가 번아웃(Burnout,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소진 상태)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문제는 이 불안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계속 쌓이면 오히려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입니다. 미래를 지키려다 현재를 통째로 갉아먹는 셈입니다.

낭비는 게으름이 아니라 방향 상실이다

반대쪽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낭비(浪費)는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구는 모습을 떠올리게 만들지만, 제가 경험한 낭비는 오히려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하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이 먼저 돌아갔습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면 어쩌지,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지. 결국 준비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실제로 해보는 시간보다 훨씬 길어졌습니다.

이것도 낭비입니다.

 

시간을 아끼려고 완벽하게 준비하다가 오히려 시간을 더 써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죠. 심리학에서는 이를 분석 마비(Analysis Paralysis)라고 부릅니다. 선택지와 고려 사항이 너무 많아져서 결정 자체를 못 하게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낭비를 이렇게 보면, 그것이 꼭 돈을 흥청망청 쓰는 행동만은 아닙니다. 하지 않아도 될 걱정을 반복하거나, 남과 비교하며 에너지를 소진하거나, 시작도 못 하고 머릿속에서만 끝내버리는 것. 이런 것들도 따지고 보면 현재를 갉아먹는 방식의 낭비입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다르게 봅니다. 취미나 쉬는 시간에 돈과 시간을 쓰는 것 자체가 낭비라는 시각도 있지만, 제 경험상 회복할 시간 없이 계속 달리다 보면 어느 시점에서 완전히 멈춰버리게 됩니다. 잠깐 쉬는 것과 방향을 잃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탐욕과 낭비의 공통점, 균형 붕괴

탐욕과 낭비는 반대 방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들여다보면 같은 문제를 공유합니다. 둘 다 삶의 균형(Life Balance)이 무너진 상태라는 것입니다. 삶의 균형이란 현재의 만족과 미래의 준비가 서로를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래 DJ 일을 하면서 느낀 것도 비슷했습니다. 일을 많이 한다고 해서 만족감이 비례하지는 않았습니다. 돈을 벌었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바쁘게 살았는데 정작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시간은 없어졌습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든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무언가가 소진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더 많이 하면 더 많이 얻을 거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무엇을 위해 사는지를 잊어버리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이때부터 탐욕과 낭비가 서로 반대가 아니라는 걸 체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래는 두 가지가 어떻게 같은 문제로 연결되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

  1. 탐욕: 미래 불안으로 현재를 과도하게 희생 → 현재의 의미를 잃음
  2. 낭비: 현재 즐거움만 따라가다 미래 방향을 잃음 → 공허함과 후회가 쌓임
  3. 공통 결과: 어느 쪽이든 삶의 중심이 흔들리고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가 됨

결국 방향의 문제입니다. 탐욕은 미래를 너무 조여쥐다 현재를 잃고, 낭비는 현재를 너무 흘려보내다 미래를 잃습니다. 어느 쪽도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절제는 참는 게 아니라 속도를 찾는 것이다

절제(節制)라는 말을 들으면 무조건 아끼고 참는 고통스러운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절제란 자신의 욕구나 행동을 적절히 조율하는 능력을 뜻하는데, 저는 이것이 고통보다는 감각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를 찾는 것. 그게 제가 지금 이해하고 있는 절제입니다.

실제로 요즘은 조금 다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일을 한꺼번에 다 해치우려 하지 않고, 오늘 꼭 해야 할 것만 먼저 정합니다. 새 일을 시작할 때도 완벽한 준비보다 일단 작은 것부터 해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방식을 택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이게 훨씬 실질적입니다. 생각 속에서 완성된 계획은 현실에서 대부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자기조절(Self-Regulation) 연구에서도 충동적인 행동과 과도한 억제 모두 장기적인 웰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자기조절이란 자신의 감정, 생각, 행동을 상황에 맞게 조율하는 능력을 말하는데, 이것이 결국 절제와 같은 맥락입니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절제는 '덜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도 될 것을 구분하는 일이었습니다. 시간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가진 것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오래 일하고 나서야 천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잘하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욕심이 올라올 때도 있고, 괜히 조급해지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무조건 많이 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래 일을 해보니 결국 중요한 건 한 번 크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계속 갈 수 있는 속도를 찾는 일이었습니다. 오늘 당장 뭔가를 크게 바꾸려 하기보다, 가장 작은 것 하나씩 조율해보는 것이 현실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QhVsSgBd3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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