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만나고 집에 돌아왔는데, 쉬어야 할 머릿속이 그날 대화를 처음부터 다시 돌리고 있었던 적 있으신가요?저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게 일상이었습니다.친구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싶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고, 직장 동료가 평소보다 말수가 줄었다 싶으면 괜히 내 말을 되짚었습니다.그 피로가 꽤 오래 쌓였습니다.자기분화: 상대의 감정과 내 잘못은 다른 문제입니다심리학에서 자기분화(Self-differentia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자기분화란 상대의 감정에 쉽게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상대를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쉽게 말하면 "저 사람이 지금 화가 나 있구나"와 "내가 잘못한 게 있구나"를 따로 볼 수 있는 힘입니다.이 분화가 잘 안 되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가 서운해하는 순간..
남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이 사실은 남을 가장 안 보는 사람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저는 처음 이 이야기를 접했을 때 좀 당황스러웠습니다.저도 사람들 앞에서 괜히 어색해지거나 대화를 마치고 집에 와서 혼자 그날 대화를 되짚어보는 일이 종종 있었거든요.그런데 그게 상대를 배려한 것이 아니라 결국 나 자신만 들여다본 것이었다고 하니 조금 찔렸습니다.자기초점적 주의 — 머릿속 셀프카메라가 켜지는 순간심리학에서는 자기초점적 주의(Self-focused Attention)라는 개념이 있습니다.자기초점적 주의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머릿속에 카메라가 켜지는 것처럼 자기 자신에게 지나치게 집중하는 현상을 말합니다.지금 내 표정이 이상하지 않은지, 목소리가 떨리지는 않는지, 말을 너무 많이 하는..
사람에게 크게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그 관계를 오래 유지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게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망한 뒤, 그 관계를 왜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는지 뒤늦게 돌아보게 됐습니다.상처가 아프긴 했지만 그 경험이 남긴 것도 있었습니다.사람을 보는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말과 행동: 진짜 사과는 말이 아니라 반복이 바뀌는 것인간관계에서 가장 많이 오해하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언어적 사과(verbal apology)입니다.언어적 사과란 말로 미안함을 표현하는 행위 자체를 가리키는데, 이것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같은 행동이 반복되는지 여부입..
사람이 많으면 잘 살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DJ를 하던 시절에는 홍대 골목을 걷다가 인사할 사람이 넘쳐났고, 그게 왠지 뿌듯하기도 했습니다.그런데 DJ를 그만둔 뒤, 그 많던 사람들이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크게 싸운 것도 없었고, 제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었는데 말입니다.그때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알던 그 관계들이 진짜 관계였는지, 아니면 자리가 만들어낸 관계였는지.기준: 모든 사람에게 진심을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저는 ISFJ 성향에 가깝습니다. ISFJ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BTI)에서 내향적이고 타인 배려를 중시하는 성격 유형으로,흔히 '조용한 보호자'라고도 불립니다.물론 MBTI 하나로 사람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저는 누군가 ..
나이가 들수록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많이 상처받는다는 말,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도 처음에는 그게 무슨 뜻인지 잘 몰랐습니다. 직접 겪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서운함도 크다는 것을. 그리고 그 기대의 무게를 가장 많이 짊어지는 쪽은 정작 나 자신이라는 것을. 기대 조절: 가까울수록 왜 더 서운할까요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한때는 가족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친한 친구라면 내 편이 되어주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꽤 이상한 논리였습니다.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으면서, 정작 소중한 사람에게는 가장 많은 것을 바랐으니까요.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투사적 기대(projective expectation)라고 부릅니..
하루 종일 자리를 지켰을 뿐인데 퇴근길에 이미 진이 다 빠져 있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저는 DJ로 오래 일했는데, 정작 무대에서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더 지쳤습니다.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문제는 체력이 아니라 감정이 어딘가로 계속 새고 있었다는 것을. 번아웃의 진짜 원인, 감정 누수많은 분들이 번아웃(Burnout)을 업무 과부하나 수면 부족 탓으로 돌립니다.번아웃이란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지속적으로 고갈되어 무기력과 냉소가 만성화된 상태를 말하는데,이것만이 원인의 전부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는 번아웃의 숨은 뇌관으로 감정 누수(Emotional Leakage)를 지목하기도 합니다. 감정 누수란 타인의 기분, 평가, 부탁을 과도하게 수용하는 과정에서 내면의 에너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