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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나 그란데가 인스타그램 팔로워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시절, 저는 클럽에서 그녀의 노래를 틀면서 단순히 "잘 팔리는 팝 가수"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인생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성공한 스타라는 이미지 뒤에 꽤 무거운 시간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여러 사건들, 그리고 그 이후의 행보를 보면서 저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습니다.

재능의 시작과 데뷔까지의 굴곡
아리아나 그란데가 처음 주목받은 건 일곱 살 때 크루즈 선상에서 타이타닉 OST를 불렀을 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베테랑 가수가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며 격려했다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하죠. 저도 DJ를 오래 하면서 음악을 많이 들어왔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단순한 성량이 아니라 소위 "가창 포텐셜(vocal potential)"이라고 부르는, 나중에 커질 수 있는 원석의 느낌이 어린 시절부터 감지됐던 것이죠.
가창 포텐셜이란 현재 완성도와 무관하게 목소리 구조와 음정 감각에서 성장 가능성이 엿보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후 그녀는 십 대 시절 니켈로디언의 청소년 시트콤 <빅토리어스>에 출연하면서 배우로 먼저 이름을 알렸습니다.
여기서 연기한 캐릭터 캣은 시즌 1에서 조연에 불과했다가 노래 실력이 공개된 이후 사실상 주연급으로 비중이 커졌고,
결국 스핀오프 드라마까지 제작됐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를 단순히 화려한 데뷔 준비 기간으로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PD였던 댄 슈나이더(Dan Schneider)는 아동·청소년 배우들을 대상으로 성적으로 부적절한 연출을 반복한 인물로 나중에 알려졌고, 아리아나 역시 그 환경에 노출됐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그녀의 탈출구가 유튜브였다는 점이 저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침 유튜브가 막 성장하던 시기였는데,
머라이어 캐리의 를 커버한 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음반사의 레이더에 걸리게 됩니다.
가수로 정식 데뷔했을 때는 망했습니다.
음반사가 시트콤 캐릭터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서 빨간 머리에 싸구려 태닝 스프레이까지 사용했는데,
빌보드 차트 끝자락에도 진입하지 못했죠. 저도 DJ를 하면서 느꼈지만,
아티스트의 실제 색깔과 맞지 않는 콘셉트는 대중이 먼저 알아챕니다.
전환점이 된 건 래퍼 맥 밀러(Mac Miller)와의 피처링 곡이었습니다.
이 곡이 히트하면서 아리아나는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기 시작했고, 트레이드마크가 된 포니테일 스타일도 이 시기에 굳어졌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 포니테일이 콤플렉스를 숨기기 위한 임시방편에서 출발했다는 겁니다.
시트콤 촬영 때문에 반복 탈색을 하다 머릿결이 손상됐고, 남은 머리를 올려 묶고 부분 가발을 붙인 것이 오히려 그녀의 얼굴형과 맞아떨어지면서 시그니처가 됐죠.
맨체스터 테러가 남긴 것
2017년 맨체스터 아레나 공연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22명, 부상자 1,000명 이상.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에 의한 계획 범죄였고, 희생자들은 모두 아리아나의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었습니다.
아리아나 본인은 당시 대기실에 있어서 무사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깊은 죄책감의 원인이 됐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아리아나에게 나타난 증상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로 진단됩니다.
PTSD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충격적 사건을 경험한 뒤, 그 기억이 반복적으로 떠오르거나 관련 상황에서 극심한 공포 반응이 나타나는 정신건강 장애입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에 따르면 PTSD는 사건의 객관적 심각도보다 당사자가 느끼는 무력감과 책임감이 증상 깊이에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아리아나의 뇌 스캔 결과는 일반적인 PTSD 환자보다도 높은 수준의 공포·불안 수치를 보였다고 알려졌습니다.
무대에 서는 사람이 무대를 가장 두려워하게 된 상황. 저 역시 DJ를 하면서 무대 위의 감각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음악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반응하는 그 순간은 분명히 특별합니다. 그런데 그 공간이 공포의 트리거(trigger, 특정 감각이나 상황이 과거의 나쁜 기억을 자동으로 되살리는 방아쇠 역할을 하는 것)가 돼버린다면 어떨지, 솔직히 감이 잘 안 잡혔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부분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연이어 터진 사건들과 심화된 불안
맨체스터 테러 이후 아리아나에게는 사건이 연달아 쌓였습니다.
당시 연인이었던 맥 밀러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고, 스토커가 생일날 집에 침입해 마루 밑에 숨어 있다가 발견됐습니다.
어느 하나만 해도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일인데, 이것들이 짧은 시간 안에 겹쳤습니다.
맥 밀러(Mac Miller)의 사망 경위는 특히 충격적입니다.
그가 복용한 약물은 판매상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펜타닐(fentanyl) 같은 합성 성분으로 대체 제조한 것으로, 평소보다 약 50배 강한 효력을 가진 것이었습니다.
펜타닐은 모르핀 대비 100배 이상의 진통 효과를 가진 합성 마약류로, 미국에서는 오피오이드 위기(opioid crisis)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합성 오피오이드가 관련된 사망이 201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맥 밀러의 죽음도 이 흐름의 비극적인 사례였죠. 약물을 제조한 업자는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스토커 사건도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이 남자는 2,000개 이상의 자료를 조사해 집의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했고, 아리아나의 생일날 침입해 마루 밑에서 기다렸습니다.
보안 업체가 시스템 이상을 감지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릅니다.
징역 3년 8개월로 마무리됐지만, 아리아나에게 남은 불안은 판결로 끝나지 않았겠죠.
이 시기 그녀가 눈에 띄게 수척해진 모습이 포착됐고,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걱정했습니다.
이 시기 아리아나가 경험한 것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17년 맨체스터 아레나 폭탄 테러로 팬 22명 사망, 1,000명 이상 부상
- 전 연인 맥 밀러, 합성 약물 과다복용으로 갑작스러운 사망
- 악성 팬들에 의해 맥 밀러 사망의 책임자로 지목되어 SNS 집중 공격
- 스토커의 생일 당일 자택 침입 사건 발생
- 뇌 스캔 결과 일반 PTSD 환자 수준을 넘는 공포·불안 수치 측정
논란 속 재기, 그리고 위키드
아리아나는 맨체스터 테러 직후 모금 자선 콘서트를 열었고,
이후 발표한 앨범들이 연달아 빌보드 상위권에 오르면서 음악적으로 재기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도넛 가게에서 진열된 도넛을 핥고 "미국이 싫다"는 발언을 한 영상이 공개되면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 참가가 취소되고 보건 당국 조사까지 받는 사태가 벌어졌죠.
초기 사과문이 오히려 역효과를 냈고, 반년 이상 이어진 사과 릴레이 끝에야 여론이 조금씩 풀렸습니다.
이후 부동산 중개인 달 고매지(Dalton Gomez)와 결혼했다가 이혼했고, 영화 <위키드(Wicked)> 촬영 중 동료 배우 에단 슬레이터(Ethan Slater)와 가까워졌다는 불륜설이 터졌습니다.
에단에게는 갓난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비난의 강도는 거셌습니다.
아리아나 측과 에단 측은 각자의 배우자와 별거 중이었다고 해명했고, 반대쪽에서는 이에 반박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류의 연애 논란은 당사자들이 직접 밝히지 않는 한 외부에서 진실을 판단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바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주목할 만한 건 논란의 절정에서 아리아나가 7집 앨범을 발표했다는 점입니다. 잠적하는 대신 음악으로 정면 돌파한 셈인데, 이 앨범은 발매 직후 빌보드 1위에 오르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가수로서의 실력이 논란을 덮어버리는 방식은 아리아나가 반복적으로 써온 방식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이 앨범을 들어봤는데, 가사 안에 전남편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해석이 퍼지면서 팬덤 안에서 또 한 번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진위는 알 수 없지만, 그 논쟁 자체가 음악에 대한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인생을 훑어보면서 저는 한 가지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사람은 성공한 순간보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에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저도 DJ를 오래 하면서 잘될 때보다 안될 때 뭘 선택하는지가 결국 그 사람을 만들어간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리아나의 음악이 저에게 오래 남은 이유도 어쩌면 그 에너지 때문인지 모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7집 앨범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며 들어보시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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